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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임산부석을 비워둬야 하는 이유

by 이주부의 비온후맑음 2022. 4. 9.

 "저도 출퇴근하면서 힘든데 아직 타지도 않은 임산부를 위해 임산부석을 굳이 비워둬야 하나요?? 그냥 앉아있다가 임산부가 오면 비켜줘도 되지 않나요??"

 

 저도 한 때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임산부가 되어보니 이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왜냐고요??

 

임산부석에 누군가 앉아있으면 거기까지 다가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회사일을 하고 나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붓고 배도 당깁니다. 이러다가 아기가 나올까 봐 괜히 조마조마해집니다. 고된 하루의 일과가 지난 후 퇴근길에 오릅니다. 카드를 찍고 지하철 플랫폼으로 내려와 임산부 좌석 마크가 붙어있는 스크린도어 앞에 섭니다.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하면 심장이 콩탁콩탁 뛰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무사히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혹시 황당한 사람이 앉아있어서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까??' 저 혼자 있으면 피하고 말면 되겠지만 남편이랑 같이 타는 날은 남편이 저 위한다고 진짜 시비가 붙지 않을까 더 걱정됩니다. 이렇게 불안한 마음음을 진정시키고 있으면 지하철이 도착하고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앗! 역시.. 퇴근시간이라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고 임산부석에 누군가 앉아있습니다. 임산부석에 앉은 사람은 임산부 같지는 않습니다. 배지도 없고요. 저 사람이 스스로 저를 알아보고 자리를 양보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사람은 임산부가 타면 자리를 비켜줄 생각으로 앉아있는 걸까? 아니면 비켜줄 생각이 없는 걸까??' 생각이 있었다면 문이 열렸을 때 임산부가 타는지 안타는 지 신경 쓰고 볼 것 같은데 휴대폰만 보고 있는 걸 보니 비켜줄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서서 가기엔 배도 무겁고 힘듭니다. 거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앞에 다른 사람도 서있습니다. 저기까지 가서 앉아있는 저 사람에게 나의 배를 보여줘야 하나... 그러자니 저도 좀 치사한 생각이 듭니다. 힘들어도 서서 가고 말지.. 싶기도 하고.. 또 배를 보여주면 양보해 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저 앞에 서있는 남자분을 밀치고 제가 저 앞에 서야 합니다. 하..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서있는 사람은 임산부가 타든말든 본인이랑은 상관이 없으니까요.... 

 

이럴 때 임산부석이 비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그 앞에 가서 임산부임을 티 내지 않아도 되고,,,, 임산부석이 비어만 있다면 세상 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말입니다. 정말 임산부가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감정입니다. 임산부였던 저는 앞으로 임산부석은 꼭 비워두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공감하시는 분들께서도 동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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